가이드런 프로젝트

달릴 결심 - 1

양하은 | GrP 사람들 | 2026-03-12

가이드런 동계훈련 마지막 주차 단체사진

안녕하세요, 가이드런 프로젝트입니다.

오늘은 가이드런 프로젝트에서 함께 달리고 있는 시각장애러너 하은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하은님이 어떻게 달리기를 시작했고 왜 달리고 있을까요? 먼저 하은님의 이야기를 담은 유튜브를 소개합니다.

나와는 멀었던 달리기

나는 빛의 존재 정도만 겨우 가늠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이다. 지금은 흔치 않은 ‘미숙아 망막증’이 내 세상의 조도를 결정했다.

흔히 시각 대신 다른 감각이 비약적으로 발달한다고들 하지만, 나에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걸음마를 떼는 것부터 사소한 일상을 익히는 것까지 늘 남들보다 한 박자 더뎠다. 신체적 제약은 운동과 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들었고, 나 또한 굳이 그 거리를 좁히려 애쓰지 않는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내 앞에 펼쳐질 상황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달리기’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커다란 공포로 다가왔다.

물론 달리기와 관련된 유쾌한 기억이 없는 건 아니다. 학창 시절 체력단련 시간, 운동장에 울려 퍼지는 음악에 맞춰 왕복 달리기를 하던 날이 있었다. 끝까지 살아남아 운동장을 도는 사람이 우승하는 게임이었는데, 응원 열기는 여느 운동회 못지않게 뜨거웠다. 하지만 그때의 내가 느낀 건 달리는 즐거움이라기보다, 누군가를 이기고 싶다는 지독한 승부욕에 가까웠다.

달리기를 시작하다

하은이 반포 트랙을 가이드러너와 달리고 있다

그런 내가 달리기에 마음을 내어주게 된 건 맹학교 선배 언니 덕분이었다. 고3 입시의 무게에 짓눌려 있던 내게 선배는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며 내 안의 목소리를 묵묵히 들어주었다. 타인의 말을 진심으로 경청하는 ‘어른’의 모습을 처음 마주한 순간이었다. 이름 모를 나라의 아이를 후원하고 기도로 연대하는 선배의 모습은 무척이나 단단하고 멋져 보였다.

처음 선배의 SNS에서 러닝 게시물을 봤을 때는 그저 무심하게 넘겼다. ‘언니는 원래 운동을 좋아하니까’, ‘타인을 돌보는 만큼 자신을 가꾸는 분이니까’라며 나와는 다른 세계의 일로 치부했다. 그러다 2년 전, 러닝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며 ‘가성비 좋은 스포츠’로 떠올랐다. 큰 비용을 들였지만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필라테스를 뒤로하고, 나는 홀린 듯 검색창에 네 글자를 입력했다. ‘시각장애인 러닝’.

그리고 그곳에서, 운명 같은 글 한 편을 마주하게 된다. 놀랍게도 그 글의 필자는 내가 그토록 동경하던 선배의 오랜 가이드러너 파트너였다.

무작정 동네를 달리던 한 사람이 시각장애인 러너와 함께하는 기쁨을 알게 되고, 서서히 ‘가이드러너’라는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이 담긴 글이었다. 그 안에는 선배의 파트너가 꾸려가고 있는 ‘가이드런 프로젝트’에 대한 비전이 선명하게 녹아 있었다.

봉사가 아닌 서로가 성장하는

수진과 하은이 한강을 달리는 뒷 모습

가장 내 마음을 두드린 건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였다. 도움을 주고받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돕는 ‘원 팀(One Team)’으로서의 수평적 관계. 누군가의 도움이 무척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이 친절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결국 몇 번 도와주다 말겠지’라며 끝없는 의심에 사로잡혔던 내 마음에 환한 불이 켜지는 기분이었다.

‘바로 여기다! 나도 한 번 달려보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덜컥 신청서를 썼다. 옷장에 잠자고 있던 운동복을 꺼내 입고 밖으로 나섰다. 평생 달리기를 몰랐던 나에게는 생애 가장 커다란 모험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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