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런 프로젝트

2025 스트리타톤 후기(1)

양경준, 송찬 | 훈련 | 2026-01-14

단체 사진

일시 : 2025년 11월 21일 ~ 24일

장소 : 홍콩

함께한 사람 : 시각장애러너 선지원, 양경준, 윤은지, 서지혜, 최재혁/가이드러너 송찬, 한준구, 우병선, 배현진, 김정훈, 장지은

아래 글은 시각장애러너 양경준님과 가이드러너 송찬님의 후기를 조재석이 정리한 내용입니다.

망설임 없는 선택, 홍콩으로의 초대

경준: 2025년 6월 어느날 가이드런 프로젝트에서 홍콩에서 11월23일 하프 마라톤을 뛸 시각장애러너와 가이드러너를 모집한다는 글이 올라왔었다. 한 번도 뛰지 않은 하프 마라톤이라 망설이고 있었는데 시각장애인 한 자리만 남았다는 글이 올라왔고, 마음이 급해져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경준: 저 홍콩에서 뛰고 싶습니다

지은: 네, 하프 코스인데 괜찮으시겠어요?

경준: 열심히 뛰어보겠습니다

이렇게 홍콩 하프 마라톤이 시작되었다

신청하고 나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 외국까지 가서 중도 포기하면 가이드러너에게 민폐가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과 앞으로 5개월 정도 남았으니 열심히 뛰어서 몸을 만들자는 생각 두 가지가 머릿 속을 맴돌았다.

찬: 수개월 전, 가이드런 톡방에 홍콩으로 뛰러 갈 사람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저의 스크린타임의 진가는 여기서 드러났습니다. 망설이지 않고 바로 함께 가겠다고 했고, 그렇게 홍콩으로의 런트립이 결정되었습니다.

해외에 시각장애인과 함께 간다는 것은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었지만,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습니다. 평소 적게 대회를 나가는 편이라 대회 경험은 많지 않았지만, 나름 몇 달 전에 시각장애러너 경록님과 옥스팜 100k에 참여해보기도 했고, 우열님과 체전에도 출전해보기도 했기 때문에 해외라는 점 말고는 크게 다르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홍콩으로의 여정

비행기 타러 가는 길의 경준, 찬

경준: 드디어 떠나는 날이다. 8시에 인천공항에서 만나기로 해서 조금 여유있게 도착했다. 먼저온 지은님과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기다렸다. 한분 두분 오시고 드디어 완전체 집결~! 협찬받은 머렐 신발을 신고 공항컷 하나와 단체 사진을 남기고 출발했다. 설레이는 순간이였다. 시각장애인은 교통약자 코스로 공항 검색대의 기다림이 없이 지나갈수 있다. 동행인 모두 교통약자 코스로 이동하였고 비행기를 먼저 탑승하고 앞좌석을 배치받았다. 홍콩 국적기를 타고 기내식을 먹었다. 기내식이 맛있어서 그랬는지 비행기를 타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가는 내내 설레었다.

비행기에서 먹은 기내식(토마토 파스타로 추정)
맛있어 보이긴 하네요

찬: 여러 명이서 함께 가는 여행의 좋은 점은, 모든 것을 결정할 필요 없이 적당한 때에 의견만 표출하면 된다는 점입니다. 평소 여행을 준비할 때는 숙소와 비행기만 예약하고 차차 생각하는 편인데, 마침 준구님을 비롯한 여행 고수분들과 함께 해서 든든했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며 내가 낸 의견은 같은 가격이면 비행기는 어디 항공사가 좋겠다, 숙소 근처 어느 식당이 맛있다더라 정도였습니다.

조금 여유 있게 공항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해외여행을 시작했습니다. 공항에서의 경험은 새롭고 편안했습니다. 여유 있게 온 것이 무색하게 친절하고 신속하게 안내를 해 주셔서 짐을 부치고, 출국 수속 및 탑승하는 과정 모두 매우 쾌적했습니다. 1등석을 타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습니다.

재밌고 맛있었고 바빴던 홍콩 여행

우육면 먹고 있는 경준, 찬

경준: 홍콩에 도착한후 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후 송찬님과 같은 방을 배정받았다. 배정후 짐을 풀고 바로 나와서 호텔근처 인기있는 우육면집으로 갔다. 웨이팅 끝에 우육면을 맛있게 먹고 빅토리아 공원에서 홍콩의 일상을 느끼며 산책 겸 소화를 했다. 잠시 숙소로 와서 쉰 후 쉐이크런을 하기위해 호텔 앞에 모여 다양한 국적의 러너와 함께 홍콩 야경을 즐기며 바닷가를 뛰는 쉐이크런을 했다. 그리고 다시 숙소로 돌아온 후 우리는 숙소에서 뒷풀이를 하며 하루를 보냈다.

관광 중 지형을 촉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종이를 보여주는 장면

다음 날에는 조식을 먹고 어제 쉐이크런 멤버들과 홍콩 일대를 관광했다. 시각장애인들을 배려하여 무전기와 이어폰을 제공해줘 가이드의 안내를 들으면서 다녔다. 홍콩의 오래된 길과 상점, 사찰 등을 관광했다. 그리고 엑스포장으로 이동하였다. 엑스포장에서 인상적인 2가지는 마라톤에 신청한 사람들의 이름을 벽에 하나하나 붙여두어 내이름을 찾는 재미가 있었고 홍콩의 시각장애인 러닝크루 부스에 가서 테더 형태를 만져봤다. 우리나라는 손을 넣을수 있는 원형 끈 두개를 연결하는 중간끈 이런 구성인데, 홍콩은 큰 원으로 된 끈으로 양 끝을 잡고 뛴다고 했다. 엑스포장에서 나와 식당으로 가서 행사에 참여했다. 럭키박스를 돌렸는데 내이름이 호명되어 좋아했지만 진행상에 오류가 있어 취소 되었다. ㅜㅜ 그래도 같이 간 지은님이 스마트 워치를 받게 되어 좋았다.(이거 사용하고 계실까요? 궁금하네요)

문제의 럭키룰렛 뽑는 장면

행사가 끝날때쯤 진행상 오류를 미안해하며 작은 선물을 주었다. 기대 안하고 있었는데 기분좋았다. 내일 하프는 새벽 6시 출발이어서 9시에 잠을 자려 했지만 찬님과 새벽까지 이야기하다가 결국 늦게 잤다. 이렇게 2일차가 지나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잠을 못 이룬분들이 많았다고 했다.

행사장에서 찬과 지원님이 무대에 올라가서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다.

찬: 초청으로 가서 대회가 끝나는 순간까지 참가해야 하는 공식 행사가 많았습니다. 사전 계획들은 사실 그리 필요치 않았다는 걸 알아차리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다른 "일반" 참가자들은 할 수 없는 쉐이크아웃 런, 러너스 파티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좋았습니다. 함께 초청된 각국의 인플루언서들과도 일정을 함께 했는데, 카메라가 잠시도 쉬지 않는 일상을 보내는 것을 보며 인플루언서는 체질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기도 했습니다.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여러 공식 일정뿐만 아니라, 밤마다 함께 온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홍콩을 달렸습니다. 대회 당일에는 심지어 새벽 3시 반까지 모여야 했는데, 그 전날에 자정이 넘도록 경준님과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홍콩을 즐기는 것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소화해야 하는 공식 일정도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달리기로 단련된 체력을 믿고 강행하였습니다. 결국 피로가 조금씩 누적돼 한국에 돌아와서는 뻗었습니다. 

함께 뛴 각국의 초청 러너들과 단체 사진

함께 초청받은 팀 중, 특히 태국 가이드러닝 팀의 경우 저희와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 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중국 본토에서 온 분들과도 짧게나마 이야기를 나눠보고, 엑스포 때 홍콩의 시각장애인 마라톤 클럽 부스에서 홍콩 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가벼운 대화밖에 나누지 못해 아쉽지만, 다른 지역의 VI러너들과 가이드러너들은 어떻게 달리기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같은 결의 러너들을 많이 만나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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