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6년 3월 7일 장지은의 개인블로그에 업로드 된 글 일부를 발췌, 블로그의 성격에 맞춰 윤문하였습니다. 원본 보러가기 >
2025년도 어느 새 6월이 코 앞에 다가왔다.
당시 나는 25년 하계 프로그램을 위한 펀드레이징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리워드 제작에 난항을 겪고 있었고, 훈련 프로그램을 세팅하는 과정 또한 내 맘같지 않아서 가이드런프로젝트의 가까운 미래(2025년 하반기)에 대한 현타가 와서 혼자 속으로 이래저래 끙끙 앓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6월 중순,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아산 비영리스타트업 도전트랙 참가팀 모집이 시작되었다는 메일이었다. 비영리 스타트업을 지원해주는 소위 '아비스'를 나는 사실 2024년 단체를 만들면서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때 나는 단체를 시작하는 시점이라 여러가지로 여력이 안되었어서 지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아쉽게 지원 기회가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2025년 지원사업이 열리면 꼭 지원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2024년 지원이 마감되자마자 모집 알림 메일 신청을 해두었었는데, 드디어 모집이 시작되었다는 메일을 받은 것이었다.
메일을 받은 시점에서 이틀 뒤에 온라인 사업설명회가 있다고 해서 바로 신청했다. 이번 사업은 우리 단체의 사이트 개발자 조재석씨와 함께 진행하고 싶었고, 재석씨도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함께 온라인 사업설명회에 참석했다. 약 1시간 남짓 진행된 온라인 사업설명회는 2024년 우수 프로젝트로 선정된 단체 중 한 곳에서 도전트랙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 이후 담당자 분의 사업 지원 방식에 대한 안내 뒤 마무리 되었다. 사실 온라인 사업설명회를 들으면 그래도 지원서를 쓰는 것에 대한 감이 좀 잡힐 줄 알았는데,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설명회와 함께 6월 말에 서울 숲에서 아산비영리스타트업 팀과 함께하는 "임팩트 밋업+네트워킹 파티"에 대한 초대 메일도 받게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곳에 가서도 열심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때는 스피커들이 조금 힘을 빼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눠주셔서 편안하게 시간을 보냈다.
그 때 비영리 사업을 일구며 느낀 개인의 경험을 담백하고 간결하게 전달해주셨던 SSIR의 서현선 대표님의 이야기가 개인적으로 큰 위로가 되었다. 한편으론 이 때 비영리 생태계라는 개념을 처음 접하게 되었던 것도 의미있었다. "비영리 생태계"라는 타이틀 아래 참석한 많은 사람을 눈으로 확인한 것이 아비스 지원 여부를 떠나서 왠지 모를 응원이 되었다.
지원서 쓰기&제출
당시 나는 GrP 커뮤니티가 마치 커버린 자신의 몸집을 모르고 작아진 옷을 여전히 걸치고 있는 아이 같다고 느꼈다. 커뮤니티로서 우리는 이미 서로를 너무 좋아하고 즐겁게 훈련하고 있었지만, 우리가 만들어내는 가치와 에너지는 분명히 옛 그릇을 벗어나고 있었다. 성장의 문턱에 도착했는데, 다음 방향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해 머뭇거리고만 있는 느낌이랄까.
문득 '확장'이라는 키워드가 마음에 콕 박혔다. 이왕 몸집이 커진 김에 기지개를 한번 펴보면 어떨까?
그럼 어디로 확장을 할 것인가. 고민하다 두가지 방향이 떠올랐다. 하나는 지역별 확장, 그리고 연령대별 확장.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2025년 초 겨울, 동계 훈련에 참석하셨던 모 가이드러너에게 연락이 왔다. 본인이 일 때문에 부산으로 거처를 옮기게 되셨는데, 그곳에서도 서울에서 하던 가이드러너 활동을 이어가고 싶으니 혹 부산에 달리고 싶은 시각장애러너가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부탁이었다.
한참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에 왔던 요청이어서 그랬을까, 여기저기 열심히 전화를 돌리다 한 명의 시각장애러너를 소개해 드릴 수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알게 모르게 겨울부터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 6월 메일을 받고, 지원서 작성에 돌입했을 때 부산의 러너들이 생각났다. 이미 서울엔 시각장애인들이 달릴 수 있는 기회가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많아졌으니, 이왕 부산에 연이 생긴 만큼 우리가 항상 해오던 "펀딩 - 훈련"이라는 사이클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산 지역과의 연계를 병행하면 지역적 확장을 이루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내용으로 열심히 지원서를 작성했다.
합격 발표는 약 일주일 뒤. 그 동안 나의 유리와 같은 멘탈이 깨지지 않도록 매우 노력했다. 그리고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인지 감도 없었다....
서류 합격 - 면접 준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도 안나는 일주일이 지난 뒤, 기분 전환을 하러 미용실에 갔다. 염색과 커트를 마치고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인박스에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람이 와있었다.

합격을... 했다.....!
헐.. 얼떨떨한 마음도 잠시 바로 일주일 뒤에 면접 심사가 있다는 걸 확인하고 헐레벌떡 면접을 준비했다.
발표 시간은 8분으로 제한했고, 이후 질의 8분이 있다고 했다. 이런 지원 사업 면접은 처음이라 8분이면 어떻게 시간분배를 해야할지, 장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 급 막막했다.
하지만 고민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이미 지원서에 우리 단체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했으니, 사업에 대한 설명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기로 했다. 디자인 또한 공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텍스트 위주로 만들었고, 발표시간 8분 안에 모든 설명을 마칠 수 있도록 스크립트를 짜고 고치면서 계속 연습했다.

면접

시간에 맞춰 재석씨와 만나 면접장에 도착했다. 면접 전 사전 인터뷰가 있었다. 사전 인터뷰가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우리 단체의 지원 적합성을 사전에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사전인터뷰어는 우리의 운영성과표를 보더니 '이 정도 규모면 도전트랙에 지원하시기에 적합하다.'고 하셨고, 우리는 다시 대기실로 돌어갔다.
우리 차례가 되어 면접장에 들어갔다. 심사자는 3분이 계셨고 스크린엔 내가 제출한 발표자료가 떠있었다.
염소같은 목소리로 떨면서 발표를 시작했다. 한 6분 정도 지나고 나니 떨림이 좀 가라앉는 것 같았다. 발표를 끝내고 질의가 이어졌다. 모든 질문이 다 기억나진 않지만, 그 중 기억에 남는 질문 중 하나는 "정말 그렇게 달리기를 하고 나서 시각장애인들이 달라졌는지?"였다. 나는 '나의 파트너 지원이가 달리기를 통해 꿈을 가지고 그걸 위해 주도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언급하며 이 사례 말고도 많은 분들의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지금도 목격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여러 질의에는 나 뿐 아니라 재석씨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했고 질의가 끝나고 우리는 면접장을 나왔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재석씨와 BBQ치킨을 먹으러 가서 서로에게 이제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이런 기회를 가지고 준비했던 시간 자체를 의미있게 생각하자며 그동안의 고생을 칭찬했다.
결과 발표
이틀 뒤, 심사 결과가 메일로 도착했다. 아시다시피... 최종합격..!

진짜로 되다니. 얼떨떨한 마음으로 메일을 읽어 내려갔다. 약 5일 뒤 1박 2일 워크샵이 있을 예정이고, 소통 채널 가입 안내와 함께 프로젝트 심사평이 함께 있었다.
대표와 팀이 가진 생각이 좋고, 사회적인 임팩트는 덜 고민했지만 장애를 가진 당사자 러너에 대한 태도가 인상적입니다. 러닝이라는 브릿지를 통해 가이드 러너와 시각장애 러너 간의 친밀감을 높일 뿐 아니라 서로의 성장을 촉진하는 모델로 보입니다. 러닝이라는 활동이 가진 장점-성취감, 건강 증진, 공동체성이 잘 드러나 보이고 확장성이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문제정의와 목표지표가 명확해보입니다. 시각장애인분들과 가이드러너 분들이 우리의 활동을 통해 어떤 변화와 성장을 경험했는지 정량적으로 수치화해서 평가하고, 이를 홍보/브랜딩 요소로 반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면접 때는 너무 떨렸어서 잘 기억은 안나지만, 나와 재석씨가 커뮤니티를 생각하는 마음이 잘 전달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곧 있을 4개월 간의 사업도 기대와 설렘,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지만 일단 들이받으면 뭐라도 되겠지라는 일념으로 워크샵 갈 준비를 했다.
그리고 이때부터였을까.. 나의 하반기에 역마살이 붙어버린게...
사업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자니 글이 너무 길어지니 일단 여기까지.
그래도 벌써 이게 작년이라니... 시간 참 빠르다.
그럼 곧 사업에 대한 이야기로 To be contin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