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이드런 서비스 리뉴얼 프로젝트에서 디자이너로 참여한 이윤선입니다.
누군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를 찾다가
우연히 재석님의 권유로 가이드런 리뉴얼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됐어요.
합류하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기존 서비스를 뜯어보는 것이었습니다. 화면마다 "이건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A와 B의 차이점이 무엇이지" 하고 질문을 달아가며 하나씩 분석했어요.
(가이드런 모든 것을 알고 계신 재석님을 정말 많이 괴롭혔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존 서비스를 분석한 후, 실제 사용자분들을 만나 기존 사용 방식을 들어보기도 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눈에 띄는 점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카카오톡 단체방의 메세지를
매번 확인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었어요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다음 훈련 공지를 확인하려고 카카오톡 단체방을 열었는데, 필요한 한 줄을 찾으려고 며칠 치 대화를 계속 위로 올려야 했던 경험이요.
가이드런에 합류하고 나서 실제 사용자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반복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가이드런을 이용할 때 90%가 카카오톡 공지 링크를 통해 들어오고 있었거든요. 모임 개설부터 매칭 공지까지 전부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이뤄졌고, 사이트에서 실제로 쓰이는 기능은 매칭 확인·신청·취소 정도였습니다.
더불어 러닝공지나 파트너 매칭 등 계속 주요한 안내는 카카오톡에서 진행되고 있었는데요. 여러 공지글이 쌓이다보니 사용자들은 원하는 공지를 찾기 위해 매번 카카오톡에 주의를 기울여야하고, 메세지를 하나하나씩 찾는 피로감이 매번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이걸 보면서 확인한 진짜 문제는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가, 원하는 순간에, 필요한 만큼만 주어지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리뉴얼을 할 때에는 맥락에 맞게끔 적절한 정보가 명확하게 보여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두었죠.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먼저 기존 서비스의 편하고 유용하다는 것을 전달해야했어요
가이드런 서비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능을 점차 확대해 사용자가 서비스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정보가 흩어져 있고 진입 단계도 복잡한 지금 구조로는 그 확장을 감당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전면 개편이 아니라, 진입 단계를 줄이고 기본적인 사용성을 높이는 단기 리뉴얼을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로 세웠습니다.
"명확하게 나눴더니, 오히려 불편해졌어요"
처음 서비스를 분석하면서 가장 어렵다고 느낀 부분은 '매칭화면'이었어요.
기존 매칭 화면에서는 시각장애러너(V)와 가이드러너(G)를 칩으로 표시하고 자유롭게 넣었다 뺐다 하는 구조였는데, 그 칩 하나에 참가자 기존 그룹 정보가 보여지면서 매칭·출석 기능까지 전부 압축되어 있었습니다. 자주 쓰던 사용자에게는 익숙했지만, 처음 접하는 사용자는 칩 하나가 뭘 의미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어요.
더불어 기존에는 주최자가 매칭할 때 필요한 희망 파트너나 코멘트를 보는 화면이 나뉘어져있었어요. 때문에 탭을 오가면서 매칭하다가 결국 메모나 엑셀로 추가적인 정리를 하며 사용하는 패턴까지 볼 수 있었죠.

그래서 처음엔 매칭에 필요한 정보를 추가하고, 상태를 확실히 명확하게 나누기 위해 매칭대기·매칭완료를 탭으로 분리했어요. 그런데 UT에서 주최자의 반응은 정반대였어요.
"가이드 한 명만 추가하려 해도 전체를 취소하고 처음부터 다시 해야해서 불편해요."
실제 운영에서는 훈련 당일 현장에서 급하게 매칭을 수정하는 일이 잦았어요. 명확하게 나누는 게 곧 좋은 사용성이라고 판단했는데, 매칭이라는 작업이 실제로 얼마나 즉흥적인 수정을 요구하는지를 놓치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최종안에서는 매칭대기·매칭완료를 다시 한 화면에 두고, 사람 단위 체크박스로 두 상태를 교차 선택해 바로 수정할 수 있게 바꿨습니다. '매칭취소'라는 개념 자체를 없앤 거죠. 이제는 가이드 한 명을 바꾸고 싶을 때, 체크박스 몇 번으로 끝나게 됩니다!
하나의 기준으로는 담기지 않는 경험들이 있었어요
설계와 개발을 어느정도 마친 후에 사용성을 검증하기 위해 UT를 진행했는데,
그중 저시력 사용자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시력 사용자"의 특성을 너무 쉽게 하나로 뭉뚱그리고 있었다는 걸 알았어요.
UT에서 만났던 사용자분은 낯선 화면은 스크린리더로 듣고, 익숙해진 뒤에는 화면을 확대해 눈으로 보는 방식을 오갔어요. 그런데 같은 메인 화면을 두고도 두 방식의 평가가 갈렸어요. 귀로 들을 때는 "다가오는 일정에 D-13 같은 정보는 필요 없을 것 같다"고 했지만, 눈으로 봤을 때는 같은 정보를 "있으면 좋겠다"고 했거든요.
다크모드 코멘트는 한발 더 나아가 저희 예상 자체를 뒤집었습니다. 어두워서 눈에 피로감이 덜하니 저시력 사용자에게는 다크모드가 무조건 나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실제로는 "눈은 편한데 정보는 라이트모드가 더 잘 읽힌다. 라이트모드 기준으로 만들어진 화면같다"고 하셨어요.

이렇듯 같은 사람 안에서도 순간마다 필요한 게 달랐고, 사람마다 사용패턴, 특성이 다르면 필요한 것 자체가 아예 달랐어요. 이 다양성을 그때그때 "전용" 기능을 추가해서 감당하려 하면, 결국 어떤 조합에도 딱 맞지 않는 기능만 늘어나죠.
그래서 시각장애·비시각장애들을 모두 고려해서 최대한 사용에 허들이 되지 않는 정도를 찾아 화면을 동일하게 유지하고 듣기·확대·화면모드 전환처럼 이미 있는 방법들을 그때그때 골라 쓸 수 있게 하는 쪽을 택했어요.
색약 사용자에게도, 전맹 사용자에게도
- 모두의 입장에서 사용성을 다시 살폈어요
저시력 외에도 색약, 전맹 사용자분들의 관점에서도 바라보고자 했어요.
그러던 중 시각장애러너(V)·가이드러너(G)가 색상만으로는 색약 사용자에게 차이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때문에 기존 문구와 색감 차이를 넘어, 명도·모양까지 함께 바꿔서 스치듯 봐도 구분되도록 다시 그렸어요.

스크린리더 QA를 할 때도 비슷한 걸 느꼈어요. 직접 스크린리더를 켜고 화면 끝까지 들어보니, 화면 체계를 전혀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보 하나하나가 매끄럽게 읽히지 않거나, 오히려 덜어내는 게 나은 부분들이 눈에 띄었어요.
접근성 지침상 문제없는 부분에서도, "듣는 사람"의 사용성을 따로 챙겨볼 수 있었어요.
이때 "눈 감고 한번 써보는" 방법을 통해 음성만으로 사용성을 테스트해볼 수 있었습니다.

달라진 가이드런 프로젝트 내에서의 경험
그래서 실제로 어떤 점들이 바뀌었을까요?
가입 없이도 서비스를 둘러볼 수 있게 해서 처음 들어오는 사용자의 진입 장벽을 낮췄고, 메인 화면에서 신청한 모임의 일정·장소·매칭 파트너 정보를 바로 볼 수 있게 해서, 이제는 카카오톡을 거치지 않고도 바로 서비스 메인화면에서 필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요.
화면을 크게 확대해 쓰는 저시력 사용자를 위해서는 확대해도 정보가 위아래로 흩어지지 않도록 정보를 정리했었어요.
아직 몇가지 이슈도 여럿 남아 있고, 작업을 하다 보니 보완할 지점이 끝없이 보여서 아쉬움과 뿌듯함이 동시에 들어요.
이번 리뉴얼이 맞는 방향이었는지는 저희가 판단할 몫이 아니라, 실제로 매일 가이드런을 쓰시는 분들이 확인해주실 몫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많은 분들이 직접 이야기해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바꿀 수 있었던 만큼, 8월 1일 이후에도 계속 듣고 고쳐나가려고 해요.
써보시고 불편한 지점이 있다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다음 이야기는, 여러분이 들려주시는 이야기로 채워보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