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이드런프로젝트 조재석입니다. 4월 4일부터 6월 13일까지 11주간 진행된 어울림 마라톤 대비 10K 기록 단축반(이하 10K반)이 드디어 마무리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덕분에 11주차까지 별 탈 없이 프로그램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 10K반은 기존에 진행한 프로그램과 달리 꽤 실험적인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기획되었는지, 그리고 진행 결과와 느낀 점을 오늘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내가 GrP에 남게 된 이유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기 전에, 제가 이곳에 계속 남게 된 이유부터 말씀드려보려고 합니다. 저는 본격적인 가이드러닝을 2023년 1월에 시작했습니다. 그때 정호님, 찬님, 그리고 제가 한 팀이 되어 달렸는데요. 시각러너인 정호님은 저와 찬님보다 월등히 빠른 분이었고(물론 지금도 넘을 수 없는 벽입니다..), 그래서 정호님과 달릴 때면 낙오는 일상이었습니다. 제 도피처였던 잠보 화장실이 그리워지네요. ㅎㅎ 그렇게 정호님과 달리다 보니, 지금 하고 있는 달리기가 봉사라기보다 제가 훈련을 하고 정호님은 페이스를 이끌어주는 페이스메이커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누군가를 돕는 것이 아니라, 팀 스포츠처럼 서로가 성장하도록 이끌어주는 파트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정호님, 찬님과 깊은 유대감이 형성됐고, 그 덕분에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하며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이드러너가 부족하다
가이드런프로젝트는 나날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신규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고, 참여 인원도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임 참여 인원을 보면, 시각장애러너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 가이드러너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요즘 진행되는 모임은 가이드가 부족하거나, 많아야 1:1 매칭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가이드러너를 더 모을 수 있을지, 또 이들의 참여를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도록 유도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다른 곳에서 진행하는 10K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우리도 10K반을 해보자
그 프로그램은 한 대회를 목표로 다양한 인터벌을 진행하는 10K반이었습니다. 혼자였다면 해보지 못했을 다양한 인터벌을 경험하고, 사람들과 PB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서로를 응원하며 연습하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인터벌은 코치의 리딩이 있으면 좋지만, 각자에게 맞는 페이스만 주어진다면 누구나 어디서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훈련별 달리기 페이스도 AI를 이용하면 쉽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프로그램을 우리도 진행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대회를 목표로 파트너와 함께 달리다 보면, 제가 이곳에 남게 된 것처럼 참가자들도 가이드런에 녹아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작년 여름부터 이 프로그램을 구상해왔습니다.
10K반 모집 시작
그렇게 생각만 해오던 10K반을 실제로 진행했습니다. 지난 동계훈련에서 장거리반을 운영하면서 운동을 하고 싶은 가이드들의 니즈도 알게 되어 이번 프로그램도 제가 생각했던 방향대로 잘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써코니라는 대형 스포츠 브랜드와 함께하게 되어 자신감은 더 커졌습니다. 그래도 기존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참가비가 있고, 신청한 사람만 참여 가능)이다 보니 참여에 제한을 두지 않고 모집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가이드러너 30명, 시각장애러너 28명, 총 58분이 신청하셨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난관들
이로 인해 이번 프로그램에서 가장 컸던 문제는 “가이드러너가 부족하다”였습니다. 기본적으로 1:1 매칭이다 보니 가이드러너 한 명의 불참은 바로 인원 부족으로 이어졌습니다. 1주차부터 가이드러너가 부족해 저시력 주자보다 전맹 주자를 우선 매칭하다 보니 저시력 주자들에게 항상 미안했고 본래 프로그램의 목적이었던 고정된 파트너를 매칭해 서로의 유대감을 높이고 계속 가이드런에 녹아들게 한다는 것도 이루기 어려워졌습니다. 또한, 일요일에 대회가 많기 때문에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토요일에 함달과 함께 진행했는데, 함달과 10K반의 차이를 헷갈려 하거나 10K반 참가자에게만 지급되는 리워드를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소외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들이었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계속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어려움만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얻은 것들도 많았습니다.
보람도 있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크게 보람을 느꼈던 부분은 PB나 조깅보다 강한 포인트 훈련을 하기를 원했던 참가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는 점입니다. 특히 몇몇 참가자의 경우에는 주차가 지날수록 프로그램에 더욱 몰입하고 참여하지 못하는 날에도 숙제를 요청하고 숙제를 진행하며 부족한 훈련은 보완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함달만 진행했던 작년과 달리 이번 시즌은 참가 인원이 2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이는 포인트 훈련에 만족했거나, 함께 달리는 파트너와 유대감이 형성됐거나, 우수 참가자에게 주어지는 추가 리워드를 받기 위해 나오는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전부터 참여하던 분들과 새롭게 합류한 분들 모두를 GrP에 계속 함께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목표 대회였던 어울림 마라톤은 주로가 좁고 걷기 대회와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PB를 세우기엔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어떤 분은 기록을 경신했고, 어떤 분은 첫 10km를 안전하게 완주했으며, 또 어떤 분은 오래 합을 맞춰온 파트너와 함께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저로서는 아무도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완주할 수 있음에 만족하고 감사할 뿐입니다.
새로운 시도는 계속되어야 한다
대회를 마치고 뒤풀이에서 어느 한 참가자가 한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시각장애인으로서 시각적 제한 때문에 어려움을 느끼고 벽을 느낄 때가 많은데, 이번 10K반을 통해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있다는 걸 알려주고, 언제든 도전을 함께 해줄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환경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고 속에서 많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동기부여를 제공하고, 이곳 GrP에 더 녹아들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프로그램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는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운영해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이번 프로그램에서 느낀 점과 아쉬웠던 부분을 발판 삼아 저는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볼 겁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항상..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프로그램에서 정말 많은 지원을 해주신 써코니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또한, 저의 새로운 시도를 응원하고 지원해주신 지은 대표님께도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면 다음 달리기에서 만나요 다들!
